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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프로젝트

나는 애자일(Agile)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단 그런 종류의 협업이 필요한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이 좀 내 취향에는 “연극적”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 그러니까 법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 성선설을 믿지 않고, 또 사람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내가 사회주의를 믿지 않는 것도 (적어도 특정 버전의 사회주의는)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내지는 좀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변호사는 사람들 뜯어 고치려 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분명히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상담사나 성직자같은. 우리는 뜯어고쳐지지 않는 사람이 친 사고를 수습하는 일을 한다. 극단적으로 사람이 바뀐다면, 우리같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농담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우리는 사람을 고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든지, 내지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하는 교회오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딱히 경계하지는 않겠지만, 그냥 무시한다.

애자일에 대해서 (아직도!)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데 대한 변명이랄까. 사실 관심을 가지고 몇 권은 집어 들어 본 적이 있다. 그냥 수십 페이지 정도 읽다가 집어 던졌다. 그런데 DevOps는 다르다. 좀 더 빠르게 협력하고 실질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면, 나는 당연히 관심이 많다. 외부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대체로 Dev에 속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내법무팀은 당연히 Ops를 하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사내법무팀과 좀 더 잘 협력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청구금액을 줄일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관심이 많다. 아마도 굳이 사람들 뜯어고치려 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동네에서도 활용할 방안이 많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을 접어든 이유일 것이다.

내가 하는 일은 그리 많은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을 나 혼자 하거나, 아니면 협업하는 경우에도 80% 이상을 내가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돕는 부분은 20% 미만이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절대 “병목 (bottleneck)”이 되지 말자. 이 말은 이 책에서 하는 말로는 절대 “제약”이 되지 말자는 것이고, 절대 “관리대상”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이 한 가지만 지키면 된다.

“The Phoenix Project” (Gene Kim)는 2013년 나온 책이다. 마치 우화처럼 시작하는 이야기에는 조금 경계심이 일었다. 또 사람이 바뀌고,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그걸 도대체 어떻게 평가해? 이 책은 중견급 직원이 IT 관련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시작한다. 끊임 없이 좌절하고, 투쟁하다가 결국은 IT의 열반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흥미로운 점은 “계획에 없던 일”은 “반일(antiwork)” 즉 마치 반물질처럼 일의 반대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런 우발적 상황, 비상상황을 계획하면 된다. 반물질을 물질로 바꾸는 것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이 책의 절반을 이해한 셈이다. 그 다음은 “기술부채”라는 용어를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일은 선형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된다. 마치 공장에서처럼. 심지어는 지식노동도… 그리고, 그러므로, 대기시간이 업무시간보다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관리대상은 대기시간이다. 목적은 대기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업무시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협업의 방식에 대해서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 마치 이 책에서 개발과 품질관리, 그리고 적용을 하나의 도구로 관리하는 것처럼.

한 가지 흥미로운 자료는 뒤쪽에 (부록?) 있다. 회사별로 얼마나 자주 개발을 “적용(deploy)”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회사 적용 주기 적용 시간
아마존 하루 23,000 분단위
구글 하루 5,500 분단위
넷플릭스 하루 500 분단위
페이스북 하루 1 시단위
트위터 주 3 시단위
일반회사 평균 9개월에 1 월 또는 분기단위

물론, 5년도 넘게 지난 자료이니 지금은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겠지만, 엄청난 수치이다. 구글보다 아마존이 4–5배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읽은 책: 21. The Phoenix Project

참고문헌

  1. Gene Kim, George Spafford, Kevin Behr. The Phoenix Project: A Novel About IT, DevOps, and Heling Your Business Win. IT Revolution Pres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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