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fully.dev
lawfully.dev blog

새로운 시작

봄이 오고 있다. 증거로 황사와 미세먼지는 심해지고, 날도 따뜻해지고 있다. 문든 대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청소는 버리기이다. lawfully.kr을 버리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도 이 도메인, lawfully.dev를 샀기 때문이다. 버리기 전에, 내가 언제 이 도메인을 샀는지 확인해 보니, 2008년 4월 11일이다.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한 것이 아마도 2000년 전후였던 것 같다. 최초의 블로그는 1994년 만들어졌고, 웹블로그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97년이라고 한다 (A Short History of Blogging). 그러니, 아마 크게 틀리지는 않은 이야기인 것 같다. 블로그를 심각하게 하기 시작한 것이 2002년이었고, 정작 도메인까지 산 것은 내 기억에는 2003년이었던 것 같다. 맨 처음 산 도메인은 아마도 koreanjurist.com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도메인 재등록을 포기한 것은 내 기억에는 이메일 때문이었던 것 같다. 회사 이메일을 이용했는데, 이직한 이후 이전 이메일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여서 이메일도 갱신할 수 없었고, 다른 이메일로 바꿀 수도 없는 상태여서 몇 번 연락하다가 짜증스러워서 포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에 산 것은 lawfully.net이었다. 지메일을 등록하면서 만든 아이디를 도메인으로 등록했던 것인데, .com은 없었다. 그래서 .net을 등록했는데, 2년 정도 지나서 재등록을 하지 않아서 (못해서) 잃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등록한 것이 lawfully.kr이었다. 사실 kr 도메인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단 너무 폐쇄적이었다. 구글이나 기타 해외 중요 도메인 등록 사이트에서는 아예 등록도 안됐고, 호스팅 사이트로 도메인을 지정하는 것도 엄청나게 귀찮았었다. 그럼에도, 한달 뒤면 이 도메인을 사용한지도 자그마치 11년이 된다. 대청소 하는 김에, 이 도메인도 lawfully.dev로 바꾸기로 했다.

내 기억에는 사람들이 더 이상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된 것은 2013년에서 2014년 정도였다. 그리고, 내 억에 그 전후를 가르던 사건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구글에서 구글 리더(Google Reader)를 팔았던 것이었고, 또 하나는 아론 슈워츠의 죽음이었다. 구글 리더는 2013년 7월에 문을 닫았고, 아론 슈워츠는 같은 해 1월에 죽었다 (The Rise and Demise of RSS). 이 둘이 블로깅의 쇠락을 가져왔다는 것도 아니고, 이 둘, 셋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다는 음모론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기억 속에 이 두세 가지 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블로깅에 흥분할 때, 나름 재미 있었다. 그 기억 때문에 다시 계속해 보려 한다. 어쩌면 감상적인 이유일 것이다. 감상적인 이유 밖에는 달리 찾을 수가 없다.

고백하자면, 도메인을 두개 더 질렀다. 막상 사기 전까지는 나름 쿨해 보였다. 아직도 쿨해 보인다. 다만, 도대체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일단 이곳은 마음이 더 편하다. dev로 끝난다. 거의 .draft와 동의어로 생각하면 된다.